#바이크팩킹 또는 #바이크투어링 을 시작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던 고민과 갈등이 바로 텐트의 선택이었다. 한 번 사면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리 저리 고민해 보고 있었다.
선택에 있어 우선 나름대로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첫째, 자립식일 것.
둘째, 솔로 투어를 생각하고 있지만 보다 안락한 텐트 생활을 위해 2인용일 것.
셋째, 텐트 베스티블 (텐트 본체와 플라이 사이의 공간) 공간이 비가 올 때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을 것.
넷째, 더운 여름을 대비해 양문형일 것.
다섯째, 위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팩킹 기준 1.5kg 이하일 것. 최대 2kg을 초과하지 않을 것.
위 기준을 먼저 정하고 여러 메이커의 모델들을 살펴보다 유용한 정보를 찾기 위해 Google에 “best bikepacking tents” 또는 “best tents for bicycle touring”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곤 했다. 추천 리스트에 거의 항상 등장하는 #BigAgnes_Copper_Spur_HV_UL2 및 몇 개의 텐트를 마음에 두고 구입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사용하고 있는 텐트가 있어 급하진 않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해서 구매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코리아에픽라이드 (Korea Epic Ride) 참가자 대상으로 빅 아그네스 텐트 체험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다.
Copper Spur HV UL2, Tiger Wall UL2 Bikepack Solution Dye, 그리고 Blacktail 2 Hotel Bikepack 이 세 가지 모델이 대상인데, 주저 없이 그 동안 눈도장 찍고 있던 Copper Spur HV UL2를 신청했고, 며칠 지나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택배를 받고 가장 설레는 순간이 박스를 뜯는 그 시간이 아닐까 한다. 주홍색 텐트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실측 무게는 모든 액세서리를 포함하여 1.37kg으로 메이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무게와 거의 동일하다. 체감으로 느끼는 무게는 일단 무척 가볍다. 초경량 1인용 싱글월 텐트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전체 무게 기준 기준 100g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2인용이고 더블 월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UL (Ultra Light)을 모델명에 붙이기에 충분하고 상당히 만족스럽다. 여기에 별매인 그라운드 시트를 포함하면 약 1.55kg이 된다.
간혹 홈페이지에 표시된 무게와 실제 무게가 차이나는 경우가 많은데, Big Agnes는 무게가 거의 일치하니 다른 사양에 대해서도 믿음이 간다.
메이커 사양과 동일한 무게 (모든 악세사리 포함)
우선 코리아 에픽 라이드에서 본격 사용하기 앞서 거실에서 여러 차례 피칭과 해체 연습을 하며 악천후에서도 빨리 설치/해체할 수 있도록 수차례 연습을 했다.
셀프스탠딩(자립식) 구조이니 바람이 없는 날은 플라이 앞 뒤로 2개의 팩만 박아도 충분하다. 그러나 바람이 있는 날은 적어도 네 귀퉁이와 플라이 앞 뒤로 6개의 팩은 설치하는 것이 좋겠고, 아주 강한 바람이 있는 날은 모든 가이라인을 팩을 이용해 고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강한 바람이 있을 때는 플라이에 추가되어 있는 벨크로 테이프를 이용하여 폴대와 단단히 결합해 주면 더욱 좋을 것이나 왠만한 기상 상황에서는 이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HV (High Volume)이라는 모델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내부 공간은 한 명이 쓰기에는 넘치는 사이즈이고 두 명이 크게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특히 헤드룸이 넓어 같은 바닥 넓이라고 해도 보다 넓은 전체 공간과 체감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가로 폴대의 역할이 크다.
머리 부분이 넓고, 다리 부분이 좁으니 두 명이 사용할 때는 다리쪽이 좁은 머미형 에어매드를 권장한다.
피칭 및 해체 시 별 어려움은 없다. 텐트 바닥 모양이 직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이어서 그라운드 시트, 텐트 바디, 플라이를 모두 방향을 맞춰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 없도록 각 구성품의 모서리 버클 과 웨빙의 색상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 같은 색상 끼리 체결하면 그만이다.
버클, 웨빙, 폴대의 색을 서로 맞추기만 하면 된다. 무척 직관적이다.
간혹 야간에 가이라인이 보이지 않아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남의 텐트를 건드려 뜨겁게 달아오른 커플을 방해하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Big Agnes 텐트의 모든 웨빙과 가이라인은 야광 처리가 되어 있어 야간에 식별이 쉽도록 했다.
텐트 바디의 바닥과 아래 부분은 나일론 원단으로, 상단은 메시로 되어 있어 통기가 원활하다. 봄,여름, 가을에는 시원함을 보증하지만, 겨울에는 불리한 구조다. 그래서 3계절 용으로 정의된다.
이너텐트 하부는 나일론 원단, 상부는 메시로 되어 통기성을 확보했다.
플라이 탑에 큼지막한 환기구가 있어 내부 결로를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 보니 환기구를 서로 마주보도록 두 개를 설치했으면 결로 방지에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이 부분은 메이커에서 고려해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이의 큼지막한 환기창. 두 개를 양 쪽으로 설치했으면 더욱 좋았겠다.
이 텐트의 특징 중 하나는 플라이 지퍼가 2개가 있어 맑은 날 차광막 또는 비가 오는 날 어닝 처럼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지지대가 필요해서 이렇게 사용할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닝처럼 사용한 사진을 Big Agnes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음.
텐트 내부에는 바닥 쪽 벽에 작은 포켓 2개가, 머리 쪽 상단에는 핸드폰이나 보조배터리 등을 두고 케이블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는 여기에 랜턴을 넣어 조명을 비출 수도 있다.
머리 부분의 양쪽에 있는 자그마한 포켓. 스마트폰, 지갑, 휴지 등 자그마한 물품을 수납하기 좋다.
머리 쪽 위에 있는 대형 포켓. 양쪽으로 이어폰등의 케이블을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다리 쪽 상단에는 넓은 3차원 공간의 포켓이 있어 가벼운 의류 등을 넣어 말리거나 다른 물품과 섞이지 않게 둘 수 있다.
다리 쪽의 3D 포켓. 옷 등을 넣어 밤 새 말릴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텐트 내부에 여기 저기 많은 고리가 있어 랜턴을 원하는 곳에 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잘 고민해 보면 여기에 동계용 이너 텐트를 설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고리가 여기 저기 많이 설치되어 있어 랜턴을 걸거나 기타 다른 가벼운 것들을 걸 수도 있다. 이 고리를 잘 활용하면 동계용으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너텐트 바닥 부분은 약 20cm 정도 위로 올라와 있어 출입 시 이물질들이 쉽게 따라 들어오지 않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 텐트 내부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되어있다.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실제 사용하다 보면 이 부분이 낮게 제작되어 빗물이 들어오는 경우를 경험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너텐트의 바닥 원단은 충분한 높이까지 올라온다.
폴대는 4개의 폴대가 중앙의 허브에 연결되어 하나의 세트로 되어있는 구조인데 이게 조금 애매하다. 허브가 크다보니 폴대를 접어 놓으면 깔끔하게 수납이 되지 않고 수납 길이가 길어 패니어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 허브를 통해 4개의 폴대가 하나로 결합되어 편하지만 수납은 좀 불편하다.
허브 때문에 다른 쪽 폴대 길이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실제 폴대 마디 길이는 동일하다.
텐트를 자전거 핸들바에 거치할 경우 텐트 주머니와 폴대를 따로 거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폴대는 비에 젖어도 괜찮으니 모양은 조금 빠지지만 사용상에는 문제가 없다. 이런 부분을 보완한 같은 모델의 바이크팩(Bikepack)이라는 별도 모델이 있으니 바이크팩킹을 주로 할 생각이라면 바이크팩 모델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이렇게 폴대를 따로 설치하면 된다.
베스티블 공간은 비가 올 때 여기에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으나 안전 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넓은 베스티블 공간
같은 사이즈의 베스티블이 양쪽에 있어 두 명이 사용 시 불편하지 않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드나들 수 있고 출입문을 열어 간단하게 걸쳐 고리가 설치되어 있다. 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설계에 반영한 듯한 것으로 보이는 깨알 같은 부분이 구석 구석에 보인다. 자그마한 감동이다.
코리아 에픽 라이드를 하면서 밤 늦게 까지 라이딩하고 이른 새벽에 출발하니 텐트 피칭하고 해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하다. 특히 비 오는 날 빠르게 피칭과 해체를 할 수 있느냐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아직 이 텐트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음에도 피칭하는데 약 3분이면 충분했다. 숙련되면 더 짧아질 것이다.
여러 텐트 중에서도 돋보이는 Big Agnes Copper Spur HV UL2
비 오는 날 피칭하고 해체하면 텐트 및 장비들이 다 젖게 되는데, 이럴 때 플라이를 먼저 설치하고 이너 텐트를 나중에 설치하면 텐트 내부가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해체할 때는 역순으로 하면 된다. 에픽 라이드 중 태백 타임캡슐공원에서 새벽에 강한 비바람 속에서 텐트를 해체하는데 이 방법을 활용해 이너 텐트 및 장비를 비에 젖지 않고 해체할 수 있었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너텐트 부터 해체한다.
텐트 인수 후 4박 5일 간의 코리아 에픽 라이드 그리고 3~4 번의 1박 2일 바이크팩킹을 하며 내린 이 텐트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양주 비암리 산속에서 노지 캠핑 중
총평
- 많은 리뷰 싸이트에서 Big Agnes Copper Spur HV UL2를 추천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장점
- 가볍고 피칭과 해체가 쉽다.
- 예쁘다.
-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기 저기 많은 배려를 해 놓았다.
단점
- 다소 비싼 편이다.
- 폴대 마디가 좀 길어 여행 시 수납이 애매할 수 있다.